Editor’s Note
국내외 기후테크 창업가와 전문가가 모이는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3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서밋은 ‘기후기술과 인공지능(Climate Tech X AI : Breaking Boundaries)’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기후기술 스타트업과 투자자, 기후전문가와 AI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총 130여명이 함께 모여 다가올 미래를 위한 기후AI 솔루션의 기회와 역할, 가능성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눴습니다.
총 3일간 이어진 행사에서는 🔺Big Ideas 🔺Big Opportunities 🔺Big Impact 를 주제로 전문가 발제와 패널토크, 기후테크 스타트업 피칭과 네트워킹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행사 2일차 세션의 주요 발제내용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본 세션에서는 농업분야에서 AI 기술과 기후변화를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 어떤 이슈와 솔루션이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눴습니다. 이 세션의 모더레이터로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주량 박사가 참여했으며, 대동AI랩 최준기 대표, 팜360 이인종 대표, Temasek 안정현 부장이 함께했습니다.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 AI를 활용한 정밀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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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기: 대동그룹은 70년 동안 트랙터를 만들어왔고, 첨단 테크기업으로의 사업 전환을 추진하며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농기계를 스마트하게 만들고, 플랫폼과 AI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선, 대동은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랙터의 주된 주행환경은 논인데, 현대차 관계자도 도로에 비해 앞뒤가 없는 논이 자율주행을 구현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많은 이슈가 있지만, 작업자의 효율을 증가시키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비전인식과 같은 기술들을 붙여가며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노동력을 활용했던 운송과 수확에 로봇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로봇개발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로봇기와 작업기를 결합할 수도 있고, 단일한 파운데이션 모델에 필요에 따라 작업기를 전환하거나 여러 개 부착하는 방식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스스로 박스를 끌거나 리턴하는 로봇 시제품들을 전문기관들과 협력하여 만들고 있어요. 드론도 개발분야 중 하나인데요, 2021년부터 15만평의 수전답에 변량시비 기술을 적용하고 모델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상태입니다.
플랫폼과 AI를 활용하려는 이유는 농부의 손에 구체적인 무언가를 쥐어주려고 할 때 스마트폰 어플보다 훌륭한 것이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경험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의 비용이 고객의 가치보다 반드시 낮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확산이 잘 안되거든요. 회장님, 부회장님도 과거 농기계의 코어는 엔진과 주물이었다면, 앞으로는 플랫폼과 서비스라고 강조합니다. 정리하면, 스마트한 농기계를 개발하고, 이 기계를 다양한 목적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링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관련 기반 기술과 실증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 투자자들과의 협업에도 언제나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AI와 미래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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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종: 인구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UN 통계를 보면 2100년에는 100억이 됩니다. 특히, 2050년부터 20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인구를 먹이기 위해서 필요한 식량의 증가는 현수준의 6-70%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5명 중 1명은 심각한 식량부족을 겪고 있죠. 심각한 현실입니다. 게다가 농업은 자연파괴적인 사업이기도 합니다. 농업과 유관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1/3 에 이릅니다. 게다가 경작지를 위해 숲을 파괴하고, 영양분 많은 상층부 흙 (topsoil)이 사라지고, 유실된 상층부 흙이 강에 녹조를 일으키고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농업에 필수적인 담수도 부족해질 것이고요.
그래서 땅 적게 쓰고, 상층부 흙 적게 쓰고, 물 적게 쓰고, 그러면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식량 재배가 필요합니다. 선택지는 두가지입니다. 우선, 시설 재배해야 합니다. 온실 또는 수직농업을 해야 하는데, 온실은 수직농업에 비해 효율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현재 1세대 수직농업은 재배 원가가 높은 문제가 있습니다. 적상추 기준으로 1kg 당 비용이 4500원에서 8000원이며, 노지 대비 1.5배에서 3배 비쌉니다. 더 큰 문제는 생산량입니다. 실험실에서 계산한 수확률과 실제 수확률은 30-70%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한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성장기가 다르고, 각 기간에 따라 바람직한 온도와 습도가 다릅니다. 수직농업의 특성상 생산성을 위해 계속 단을 올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기의 흐름과 수실유지가 문제가 됩니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모든 작물의 최적 수확을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환경 포인트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지금 식물 공장은 일체형(monolithic)으로 개발이 되어 있어서 하나의 고장이 전체 시스템을 멈출 수 있습니다. 이 수경재와 다단계 패러다임의 완전한 변화가 있지 않고는 채산성 과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해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테마섹 Agri-food 투자 팀 소개와 농식품 산업에의 AI 기술 접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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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 테마섹은 1974년 설립된 싱가포르 정부 소유의 글로벌 투자 회사입니다. 여러 투자 사업군 중 농식품(Agri-food) 분야 포트폴리오 비중이 최근 10년간 3%에서 9%로 크게 늘었습니다. 농식품업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할 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옥수수, 쌀, 밀 등 주요 작물 10종 중 9종이 성장성 정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타깝게도 전통적인 농식품 기업들이 혁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지 않고, M&A나 파트너십 등에 의존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Agri-food tech 스타트업의 역할이 크고, 투자액도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테마섹 농식품 투자팀은 지난 10년 동안 60개 회사에 약 10조원을 투자해 왔고요.
농식품업에서 AI기술활용이 가능한 분야는 크게 씨앗개발 및 작물 모니터링, 정밀 농업, 축산 및 양식업, 실내 농업, 그리고 공급체인 개선의 5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회사의 베이어 (Bayer), 그린아이 테크놀로지 (Greeneye Technology), 이피셔리 (eFishery), 디하트 (DeHaat)를 대표적인 혁신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디하트는 인도에서 가장 큰 Agri-food tech 플랫폼으로 종자 및 비료 공급자, 수확물 구매자, 농부,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모두 연결하여 효과적으로 공급체인을 관리하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패널토크
Q. 기후 위기에 따른 식량 위기가 우리의 체감보다 더 빠르게 오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이 길어졌는데, 그러면서 여름 배추가 녹았고, 벼멸구가 증식하면서 쌀 생산량이 줄었고, 젖소가 식욕을 잃어 우유 생산량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농업 공동화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농업을 스마트화하고 로봇화하고 데이터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동의 디지털 전환과 하이앤드 테크놀로지 개발을 위한 노력은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고객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준기: 대동그룹은 좋은 농기계를 정부 보조금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농민에게 보급해왔습니다. 하지만, 하이테크 기계 시장은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대동의 기존 판매 채널에서 이 기계를 어떻게 팔 것인지 고민이 있습니다. 다만, 평창에는 고랭지 농업을 하는 부농이 많고요, 이분들은 이미 존디어같은 하이테크 기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농업의 기업화가 두드러지고 있고요. 정부가 보조금 형태를 영농화나 기업형 지원으로 바꾼다면 대동 뿐 아니라 농업 분야 전반적인 체질도 개선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1세대 스마트농업 벤처가 국내외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한 것이 큰 문제였는데, 노지 작물에 비해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인종: 채산성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노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재배원가를 낮춰야 합니다. 여러가지 작물을 동시에 재배한다고 했을 때, 하나의 공조기로 모두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팜 360은 모듈라이제이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1세대 농장은 슈퍼컴퓨터 같아서, 문제가 하나 발생하면 모두 셧다운해야 합니다. 팜 360은 여러개의 서버를 연결한 네트워크 같습니다. 문제는 모듈의 고립화입니다. 공기, 물 등을 고립화해서 작물재배환경을 실험실같이 만드는 것이죠.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로스 챔버의 가격이 평당 20만불에서 40불합니다. 팜 360은 이것을 500만원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것을 스케일업하는 과제가 있는데, 로봇과 자동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결국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결국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아서 수직농업이 가능하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방향성은 문제가 없고,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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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 전후로 농업 및 식량정책을 극적으로 바꾼 두 나라가 UAE와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은 기본적으로 초장기 저수익 분야라서 투자대상으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국부 펀드 입장에서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나 제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정현: 테마섹과 다른 파이낸셜 인베스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기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의 국가전략과 발맞춰 향후 20년간 테마섹이 농식품분야를 중요한 투자 산업군으로 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테마섹은 1차 생산이나 농지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비즈니스에 투자합니다. Agri-good tech에 투자하는 것이죠. 혁신적인 기술 뿐 아니라, go-to-market strategies를 가진 회사에 투자를 합니다. 그런 회사들이 좋은 수익률을 가져오고, 테마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테마섹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벌 식품회사 올람은 30년에 걸쳐 획기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다각화와 수직적 통합, 밸류체인의 통합과 기업 구조 개편,디지털 혁신이 세가지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가지 모두 싱가포르나 농식품업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람은 원래 아프리카 캐슈넌 트레이더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2015년에 ADM의 코코아 비즈니스를 인수해서 세계적으로 가장 큰 코코아 공급업체가 되는 등 다각화에 성공했고, OFI와 같은 고마진 식재료에 집중하는 사업 부분과 OGI같은 필수품 식재료에 집중하는 두 사업부로 사업구조를 개편했고, 밸류체인에서의 투명성과 생산성, 효율성을 올리는 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것입니다.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대주주로서 테마섹의 역할이 컸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번역 및 윤문 : 박윤중
| 편집 : 소풍벤처스